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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 문제를 다룬 명작 설국열차 (빈부격차, 권력, 통제)

by lovelyuu 2025. 12. 28.

영화 설국열차 포스터 이미지
네이버 영화 / ⓒ CJ ENM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사회 구조와 권력의 분배, 인간의 본성이라는 주제를 강렬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영화 속 열차는 폐쇄된 세계이자 축소된 사회 구조로서 인간이 만든 질서가 어떻게 유지되고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빈부격차가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권력은 어떻게 정당화되는지,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통제되는지를 분석하며 개인적으로 느낀 점도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빈부격차와 시각화된 계층 구조

설국열차는 무한히 순환하는 열차 안에서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열차는 생존 수단이자 철저하게 계층화된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맨 앞 칸에는 권력자들이 중간에는 기술자나 중간 관리자들이, 맨 뒤 꼬리칸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밀집되어 살아갑니다. 이 구조는 매우 직관적입니다. 영화는 계층 간의 차이를 건축적, 시각적으로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앞칸은 밝고 넓고 조용하며 다양한 자원이 풍부하게 제공됩니다. 반면 꼬리칸은 어둡고 좁고 지저분하며 음식도 단백질 블록이라는 형태로 통제된 방식으로만 제공됩니다. 이 음식조차도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투명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설정을 보며 빈부격차가 소득의 차이로만 구분되는 것이 아님을 실감해 씁쓸했습니다. 빈곤은 공간과 위생, 교육과 자유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을 제약합니다. 열차 속 꼬리칸은 실제로 빈민가와 슬럼과 같은 현실 공간과 닮아 있습니다. 반면 앞칸은 특권층이 어떻게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렇게 계층은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방식으로 드러나며 관객에게 직접적인 체험처럼 다가옵니다. 이런 구조는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만으로 불평등한 구조를 납득시키는 힘이 있어 몰입감을 줍니다. 저는 이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라 느꼈고 이런 시각적 요소가 영화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의 정당화와 통제의 수단

설국열차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열차를 만든 윌포드입니다. 그는 열차의 설계자이자 관리자로 사실상 신과 같은 존재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그는 직접 나서서 사람들을 다스리기보다는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만듭니다. 이 통제 방식은 폭력이 아니라 질서와 생존이라는 명분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열차는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질서를 지켜야 하며 이를 어기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는 논리가 계속 반복됩니다. 특히 꼬리칸 사람들은 이러한 논리에 반기를 들 수 없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억제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어린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교실 칸입니다. 아이들은 열차를 유지하는 신성한 존재로 윌포드를 배우며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혼란을 일으키는 나쁜 사람이라고 배웁니다.처럼 교육조차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장면에서 가장 소름 끼쳤습니다. 우리가 지금 현실에서 받는 교육이나 뉴스 역시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니 무서웠습니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질서가 사실은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짜인 시스템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반란을 이끌던 인물조차도 시스템 내부의 통제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이 영화의 충격적인 반전입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저항마저도 시스템이 설계한 균형의 일부라면 과연 우리가 무엇을 믿고 싸워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처럼 권력은 억압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자는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 행동 방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람들을 지배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했다고 믿지만 그 선택이 사실은 이미 정해진 길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자유는 사라집니다.

통제 시스템과 인간 심리의 상관관계

열차라는 공간은 외부 세계가 얼어붙은 재난 상황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공간은 사람들을 가두는 감옥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 모순적인 구조를 효과적으로 그려냅니다. 사람들은 열차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싸우고 통제되고 굴복합니다. 외부 세계는 생존할 수 없는 곳이기에 열차 안의 구조가 아무리 불합리해도 사람들은 그 체계에 순응하려 합니다. 이것이 바로 통제의 본질입니다. 제가 인상 깊게 본 장면 중 하나는 꼬리칸 사람들이 앞칸으로 이동하며 겪는 각 공간의 변화입니다. 수족관이 있는 칸과 사우나, 미용실, 식물재배 칸 등 각각의 공간은 세련되고 풍요롭지만 그 풍요 속에는 철저한 배제와 선택이 존재합니다. 누군가는 살 자격을 가지지만 누군가는 그저 부품처럼 쓰이다가 버려지는 존재로 살아갑니다. 저는 이 장면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그대로 존재한다고 느꼈습니다. 고급 백화점이나 호텔, 상류층 주거지를 보면 그들은 마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공간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풍경조차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결국 열차가 전복되고 새로운 세대가 밖으로 나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그 장면은 그저 탈출이 아니라 인간이 통제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외부 세계가 안전한지, 인간이 다시 같은 구조를 만들지는 않을지에 대한 질문도 남깁니다. 저는 이 결말이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새로운 세상을 얻더라도 다시 불평등한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설국열차는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축소해 놓은 실험실 같은 공간입니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사회를 돌아보는 시선으로 꼭 감상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