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신의 한 수 귀수 편은 바둑을 소재로 삼은 독특한 한국 액션 영화입니다. 전작인 신의 한 수의 외전인 이 작품은 본편보다 더 어둡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바둑 고수들이 벌이는 승부를 통해 한 남자의 삶과 고통, 끝을 향한 복수의 이야기를 잘 보여줍니다. 주인공 귀수는 이름처럼 세상에 귀하게 태어나지 못한 인물입니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싸우며 살아가야 했던 사람입니다. 영화 속 귀수는 말보다 행동으로 이성과 감정보다는 본능으로 살아갑니다. 바둑을 두는 손끝에도 복수를 실행하는 눈빛에도 그의 아픔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액션과 복수, 바둑의 세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액션: 처절하고 고독한 싸움
귀수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존재입니다. 그는 가족도 친구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줄 사람조차 없이 거리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다 어느 날 길거리 바둑판에서 만나게 된 스승을 통해 세상과 싸우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 배움조차도 귀수에게 온전히 남아 있지 못합니다. 스승은 잔인하게 세상을 떠나고 귀수는 또다시 혼자 남겨집니다. 그렇게 영화는 그의 고독한 싸움을 그려나갑니다. 이 영화의 액션은 화려한 기술과 더불어 인물의 감정과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귀수가 염산을 맞고 시력을 거의 잃었음에도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는 장면은 정말 압도적이고 대단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감탄과 동시에 눈물이 났습니다. "이 사람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구나, 이제 싸움조차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수는 주먹을 날릴 때마다 상처를 꺼내 보이고 상대를 쓰러뜨릴 때마다 자기 마음속 공허함을 채우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귀수의 싸움에는 늘 바둑의 수가 녹아있습니다. 그는 마치 바둑판을 읽듯 상대의 약점을 잃어내고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육체적인 싸움에서도 귀수는 정신적으로 상대를 지배합니다. 그가 보여주는 액션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절규처럼 느껴졌습니다. 저에게 이 영화의 액션은 멋있다기보다 가슴 아팠습니다. 물론 싸움은 통쾌했지만 싸우는 이유가 너무 비극적이라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귀수는 계속해서 이기지만 한 번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 아팠습니다.
복수: 피로 써 내려가는 치열한 여정
이 작품에서 귀수는 복수를 위해 사는 사람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는 이미 세상에 대해 모든 걸 잃어버린 사람이고 그 복수는 어떤 정의감이나 명분이라기보다 그저 삶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이유였습니다. 저는 이런 귀수의 복수 이야기를 보면서 "이건 누군가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하는 복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수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을 무너뜨립니다. 부산잡초와 외눈은 모두 귀수에게 고통과 상처를 준 이물들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들이 그저 나쁘기만 한 악역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각 인물에게는 저마다의 생존 방식과 아픔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악당을 악당으로만 만들지 않고 누구나 상처를 가진 인간으로 묘사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작품에서의 복수극은 마냥 시원하고 통쾌하지 않습니다. 저는 귀수의 복수가 끝나갈수록 그가 점점 더 공허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눈빛이 점점 흐려지고 말을 점차 잃어갑니다. 복수를 이뤘음에도 그에게 남는 것은 상처와 공허뿐입니다. 마지막에 그는 홀로 떠나면서도 전혀 기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 영화가 알려주는 가장 큰 교훈은 바로 복수가 상처를 치유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나라도 저런 상황이라면 복수를 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까지 이 생각에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복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아주 잠깐의 위안일 뿐이고 그 후에는 더 큰 외로움이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귀수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의 복수에 박수를 보내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슬픈 눈빛을 오래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바둑의 세계: 전략을 넘어 운명을 바꾸는 무기
귀수에게 바둑은 삶 그 자체이자 감정표현의 수단이고 인간관계의 언어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바둑을 통해 인간의 인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귀수는 말이 적은 인물이지만 바둑을 둘 때는 누구보다 많은 말을 합니다. 그가 두는 수 하나하나에는 감정과 결단이 담겨있습니다. 영화에서 귀수가 상대를 이기기 위해 바둑을 두는 장면을 보면 마치 검객이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만큼 집중감이 강하고 치열합니다. 저는 이런 장면을 보면서 "바둑이 이렇게 멋있고 무서운 게임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바둑은 논리적인 게임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감정이 개입됩니다. 귀수는 감정으로 바둑을 두고 상대의 심리를 흔들며 이깁니다.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은 실제 싸움보다 더 치열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각 등장인물들의 바둑 스타일이 그 사람의 삼과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냉정한 귀수와 거칠고 직선적인 허일도, 반칙도 서슴지 않는 잡초 등 그들의 수법은 그들의 삶을 닮아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귀수가 한 수를 두기 전에 상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눈빛은 '지금 이 수 하나로 너를 이길 거야'라는 확신이 담겨 있었습니다. 바둑돌 하나를 놓는 행위조차 생사를 가르는 장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바둑이라는 소재를 정말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저는 한 수의 중요성, 선택의 무게와 결정의 책임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생도 결국 바둑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한수가 때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귀수는 그걸 몸으로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이 영화는 저에게 너는 지금 어떤 수를 두고 있냐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살아가면서 많은 결정을 내리고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합니다. 그중에는 잘 둔 수도 있고 실수한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건 그 수를 둔 이유와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질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그 질문을 강하게 던지는 영화입니다. 인생에 물음표를 던지고 싶으신 분들이 보기 좋은 영화로 신의 한 수 귀수 편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