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에 개봉한 영화 곡성은 개봉 당시 많은 관객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일 뿐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범인은 누구인지 악은 무엇인지 누구를 믿어야 했는지 머릿속에 질문이 가득해집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해석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관객들이 "여운이 남는다"라고 말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작품의 공포, 상징, 현실감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공포: 눈앞에 보이지 않는 진짜 무서움
곡성은 무서운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고 섬뜩한 느낌을 줍니다. 보통 공포영화는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소름 끼치는 장면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하지만 곡성은 그런 장면보다는 천천히 조여 오는 공포와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으로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예를 들면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범죄 사건은 어떤 패턴도 없어 보입니다. 피해자들은 이유 없이 가족을 해치고 그들의 몸에는 이상한 반점이 생깁니다. 그리고 점점 마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해갑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현실에서 겪어본 적은 없지만 이 세상 어디에선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처럼 이 영화의 공포는 "무언가 이상한데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을 통해 관객을 긴장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누구도 믿지 못하는 모습이 가장 무서웠습니다. 악은 특정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에 들어와 분열을 일으키고 진실을 흐리게 만드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주인공 종구 역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뛰어다니지만 결국 무엇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게 되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또한 곡성은 긴장감을 주는 연출이 뛰어납니다. 어두운 날씨와 습기 가득한 숲, 낡은 집과 산길 등 이런 배경은 마치 우리가 어느 시골 마을에 갇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합니다. 이처럼 음악도 거의 없고 조용한 가운데 갑자기 벌어지는 상황이 관객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듭니다. 공포영화에서 이렇게 ‘느린 전개’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이 영화가 증명해 준 것 같습니다.
상징: 단서 같은데 명확하지 않은 암호
곡성이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장면 하나하나에 상징이 가득하다는 점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복선과 상징을 심어 두고 관객이 그것들을 해석하면서 이야기에 더 빠져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 상징들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곡성은 영화를 한 번만 보고 끝낼 수 없는 작품입니다. 예를 들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염소, 붉은 꽃, 검은 눈, 버섯, 사진, 굿판, 성경 구절 등은 모두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염소는 기독교에서 죄를 짊어진 희생양으로 알려져 있고 검은 눈은 악령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상징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관객이 스스로 해석하게 이끌어줍니다. 저는 이런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검색해 보며 “아!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인 외지인이 진짜 악령인지 아니면 모든 게 오해였는지에 대한 부분은 지금도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이 나뉩니다. 또한 곡성은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관객을 시험하며, 누가 진짜 나쁜 사람인지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헷갈리게 합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관객은 자신만의 해석을 펼치도록 유도합니다. 이처럼 곡성은 종교적 상징과 민속신앙, 심리학적 상징까지 결합된 복합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감상하며 한 편의 영화를 본다는 생각보다는 퍼즐을 풀고 암호를 해석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흥미로웠습니다.
현실감: 너무 현실 같아서 더 무서운 이야기
곡성이 무서운 이유는 공포스러운 장면보다는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현실감 때문입니다. 영화 속 배경은 한국의 시골 마을, 낡은 집, 비 오는 산길 등 우리에게 친숙한 풍경입니다. 배경이 CG로 만든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가볼 수 있는 장소들이기 때문에 더 몰입이 잘 됩니다. 특히 저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대화와 반응이 너무 현실적이라 놀랐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경찰관 종구는 전문가가 아니고 무능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는 아빠로서 딸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지만 감정적으로 무너지기도 하고 판단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고 우리가 아는 주변 사람들 같아서 더 공감이 되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종구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갈등합니다. 외지인을 믿지 말라는 무속인의 말과 착해 보이는 여성의 충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 등 모든 게 서로 충돌하면서 종구는 점점 더 불안해집니다. 저는 이 과정이 현실에서 우리가 정보를 선택할 때의 혼란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뉴스나 SNS, 지인의 말 등 모두 다르지만 그중에 진실은 하나뿐이거나 진실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또한 곡성은 “악”을 분명히 보여주지 않습니다. 누가 악인지 그 악은 왜 존재하는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평소에 믿고 따르던 가치가 흔들릴 때 사람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부분이 저는 가장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이 작품은 결국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현실과 너무 닮아있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게 곡성의 진짜 공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