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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속 바다 이야기 (지역 정서, 환경, 공동체)

by lovelyuu 2025. 12. 29.

영화 자산어보 포스터 이미지
네이버 영화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자산어보는 조선 후기 실존 인물인 정약전이 유배지에서 섬마을 청년과 함께 바다 생물을 조사하며 지식을 나누는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흑산도라는 공간, 바다라는 자연, 섬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어지는 이 영화는 인간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정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섬의 풍경과 주민들의 생활을 통해 지역만의 정서와 공동체 정신, 환경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속 바다의 의미와 지역 정서, 환경과 신분을 넘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역 정서: 바다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생활

자산어보는 바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바다의 지역 정서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흑산도는 조용하고 외진 섬이지만 사람들의 삶이 밀도 있게 녹아 있는 공간입니다. 정약전은 유배로 섬에 오게 되었고 처음에는 외부인으로서 거리감을 가졌지만 시간이 지나며 섬사람들의 생활과 정서에 적응해 나갑니다. 흑산도의 사람들은 해가 뜨면 고기를 잡으러 나가고 물때에 맞춰 바위에서 조개를 캐고 비가 오면 마을 전체가 함께 대비합니다. 생활의 모든 중심에는 바다가 있으며 그 바다는 때론 풍요롭고 때론 냉정합니다. 창대는 그런 섬의 환경 속에서 자란 인물입니다. 그는 학교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오랜 경험으로 물고기의 움직임, 계절에 따른 생물의 변화 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약전은 그의 지식을 존중하며 함께 기록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들의 관계는 자연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지식과 삶의 교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들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두 인물이 자연이라는 매개를 통해 가까워지는 과정은 지금 우리가 다양한 사람을 만날 때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지역 특유의 말투나 예절, 식사 장면 하나하나도 섬사람들의 정서가 잘 드러나 있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보이는 서로의 배려와 말 없는 존중, 가족 중심의 생활 등은 현대 도시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저는 이런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고 이들의 삶이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억에 남았습니다.

환경: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

정약전이 집필한 자산어보는 실제로 바다 생물을 그림과 글로 정리한 책입니다. 그는 물고기, 조개, 게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그 이름과 특징을 기록했습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조선시대 과학자로서의 작업으로 묘사하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약전은 생물을 보며 먹을거리로 여기지 않고 그것이 사는 방식과 환경에 주목합니다. 창대는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정약전에게 나눠줍니다. 서로가 가진 지식의 방식은 달랐지만 생물에 대해 아는 것, 그것을 남기고 지키는 것에 대한 목표는 같았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우리가 자연을 대할 때 얼마나 일방적으로만 생각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중심이 되어 자연을 관리하고 소비하는 태도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입장에서의 시선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정약전은 창대에게 생물 이름을 알려주고 창대는 자신이 배운 것을 마을 사람들과 나눕니다. 배움은 특정 계층이나 학문만의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도 얼마든지 나눠질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보여줍니다. 저는 특히 흑백 화면 속 바다 생물의 묘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색이 없음에도 조개의 질감과 물살의 흐름, 해초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색보다는 관찰하는 눈과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정약전이 생물들을 함부로 채집하거나 포획하지 않는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이름을 알고 나서도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태도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적당한 거리와 존중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지금 환경 문제에 직면한 우리 모두가 반드시 배워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신분과 생각을 뛰어넘는 모습

자산어보의 중심에는 정약전과 창대라는 두 인물의 만남과 성장, 협력이 있습니다. 정약전은 양반 신분으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유배지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반면 창대는 배운 것은 없지만 실천적인 지식을 가진 인물입니다. 이 둘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하나의 공동작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관계는 상하관계가 아닙니다. 정약전은 창대를 가르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에게서 배움을 얻고, 창대 역시 정약전의 지식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배우며 성장합니다. 저는 이 관계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도 꼭 필요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길을 찾는 관계야말로 진짜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정약전과 창대가 함께 책을 완성하고 그것이 후세에까지 전해지는 과정은 지식의 협력과 공유를 잘 보여줍니다. 자산어보는 정약전 혼자의 결과물이 아니라 섬사람들의 삶과 창대의 감각, 정약전의 기록력이 함께 어우러진 공동 결과물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진짜 가치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점차 정약전을 받아들입니다. 처음엔 경계하고 거리를 두었지만 그의 진심을 느끼고 나서는 따뜻하게 대합니다. 음식도 나누고 이야기도 함께 나누며 하나의 마을로 어우러지는 모습은 공동체의 에너지를 보여줍니다. 이 장면들을 통해 저는 공동체는 조건이 아니라 태도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산어보는 바다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자연을 대하는 자세, 공동체 속에서 만들어지는 배움과 관계를 자세히 보여줍니다.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들을 되짚어보고 싶다면 자산어보를 꼭 한 번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