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리는 2020년에 미국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고 이후 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계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감독 정이삭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이민 가족의 삶을 넘어서 보편적인 가족의 이야기와 인간의 성장, 삶의 뿌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025년 현재 미나리는 처음 개봉했을 당시보다 더 넓은 시각에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영화의 흥행 요인과 작품 속 의미, 2025년 재조명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흥행 요인: 공감되는 가족 이야기
미나리는 미국 시골 지역인 아칸소를 배경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가족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인공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만의 농장을 갖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가족을 이끌며 미국 땅에 새로운 삶을 뿌리내리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언어와 문화, 경제적 문제와 부부간의 갈등까지 여러 가지 장벽이 이 가족 앞에 놓이게 됩니다. 이 영화가 미국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특정 지역과 문화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영화가 너무 이민자 중심이어서 보편성이 약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오히려 부모의 희생과 부부 사이의 갈등, 자녀의 병과 새로운 환경에서의 도전 등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가족 간의 이해 부족과 꿈과 현실 사이의 충돌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 영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화려한 장면이나 자극적인 사건 없이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갈등과 감정을 천천히 그려냅니다. 그러다 보니 관객은 마치 자신이 그 가족의 일원인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몰입하게 됩니다. 스티븐 연은 절제된 감정 연기로 아버지 제이콥을 연기했고 한예리는 어머니 모니카의 현실적인 걱정을 차분히 표현했습니다. 저는 특히 이 부부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큰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런 눈빛 하나가 오히려 긴 대사보다 더 큰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연기와 연출 덕분에 미나리는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윤여정 배우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배우 최초의 오스카 연기상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수상 기록 역시 영화에 대한 관심과 흥행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작품이 담은 의미: 뿌리와 희생, 세대 간의 연결
영화의 제목인 미나리는 단순히 식물 이름이 아닙니다. 물가에서 잘 자라고 한 번 뿌리를 내리면 다음 해에 더 잘 자라는 미나리는 이민자 가족의 삶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영화 속 할머니 순자(윤여정)는 손자 데이비드와 함께 미나리를 심습니다. 처음에는 그 식물은 평범해 보이지만 영화의 끝에서 다시 자라나는 미나리를 통해 관객은 그 식물이 상징하는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이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미나리는 어디에 심겨도 자라지만 바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자라고 그 뿌리는 점점 강해집니다. 마찬가지로 이민자들의 삶도 처음에는 불안정하고 낯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가족이 자리를 잡고 다음 세대가 그 위에서 자라나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영화는 뿌리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세대 간의 사랑과 갈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특히 할머니 순자와 손자 데이비드의 관계는 매우 인상 깊습니다. 처음엔 데이비드가 할머니를 낯설어하지만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행동과 눈빛,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마음이 이어지는 과정을 보며 저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한국적인 정서, 즉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되는 사랑이 이 영화에서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희생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주기 위해 본인의 편안함을 포기합니다. 아버지는 안정적인 병아리 감별사 일을 그만두고 농사를 선택하며 위험을 감수하고 어머니는 고된 현실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참고 버팁니다. 할머니도 자식들과 손자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묵묵히 도와줍니다. 이처럼 각 세대가 서로를 위해 포기하고 희생하는 모습은 한국적인 가족 문화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도 보편적인 가족의 본질을 말해주는 장면입니다.
2025년 재조명: 지금 시대에 필요한 영화
2025년의 관객들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소비합니다. 자극적이고 빠르게 전개되는 영상 콘텐츠에 익숙해진 요즘 오히려 조용하고 서사 중심의 영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나리는 그런 흐름 속에서 다시 평가받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눈에 띄는 특수효과나 긴박한 전개 없이 천천히 흘러가지만 그 속에서 관객은 더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저는 요즘 이런 영화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감정은 늘 격렬하거나 극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나리는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어 공감이 많이 됩니다. 많은 청년들이 안정된 삶보다는 자아실현과 꿈을 좇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리 쉽게 따라주지 않습니다. 영화 속 제이콥도 같은 고민을 합니다. 가족은 안정된 삶을 원하지만 그는 자신의 농장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싶어 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지금의 청년 세대와 부모 세대 사이의 갈등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꿈과 생존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영화는 담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한국 영화계는 다양성과 진정성의 길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나리는 외국 자본과 배우들이 참여한 영화이지만 그 중심에는 한국인의 삶과 정서가 있습니다. 언어가 달라도 국가가 달라도 영화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런 점에서 미나리가 앞으로 한국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제시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미나리는 한 편의 조용한 영화처럼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와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외적인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진정성과 감정을 통해 관객과 소통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한 번 보고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